박 차장 - 3부 9장
본문
박 차장 3-9
“안보영씨. 얼마 전에 빠삐용에서 고용한 택배 사원은 일 잘하고 있나?”
“아! 그 친구요. 그럼요. 아주 착실합니다. 머리도 있어서, 고객들에게 반응도 좋고요. 그 친구가 받아오는 주문도 제법 되는데요.”
“그래? 그럼 오늘 좀 오라고 해. 저녁 식사나 같이 하자구. 같은 식군데 좀 무심했지.”
“그렇쟎아도 오늘 회사에 올 일이 있어요. 야누스에서 주문한게 들어왔거든요.”
“잘됐군. 고 대리, 우리 총 매출 실적이 어떻게 되지요?”
“네…어저께까지 받은 주문량까지 합하면…7억 5천만원 정도가 되네요.”
“7억 5천…벌써 이 회사 들어온 지 5개월이 지났는데…7억 5천. 5억은 넘겼으니까. 할당량하고는 관계가 없고. 15억에도 50% 정도 되는 액수니까. 산술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는데…문제는 월별 매출액이 점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거군.”
장우는 요새 월별 매출액 추이에 부쩍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처음 클레오파트라에서의 성공적인 제품 론칭 이후, 클레오파트라와 연을 맺은 고객들로부터는 꾸준한 제품 주문이 있었지만, 속옷 판매라는 것이 한계가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섹시 언더웨어는 꾸준한 판매량을 지속하기에는 어려운 제품 특성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장우의 생각을 멈추게 한 것은 정 대리였다.
“차장님, 승급자 명단이 붙었어요. 우리 팀에서는 안보영씨가 대리가 됐어요.”
“오와! 안보영씨, 아니, 안 대리. 축하해!”
“네? 아…네…감사합니다. 다 선배님들 덕 입니다.”
“안보영씨. 정말 축하해.”
“고맙습니다. 고 대리님. 고 대리님도 빨리 진급하셔야죠.”
그때 안보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저. 차장님, 우리 택배 직원이 왔다는데요. 제가 로비에서 데리고 오겠습니다.”
“그래, 그러도록 해. 퇴근 시간도 얼마 안남았는데 다들 저녁이나 들고 가지.”
“좋아요. 차장님. 근데 또 시부야 일식집 가는 건 아니죠?”
“왜? 거기 맛없어?”
“맛은 있는데, 차장님 침 흘리는 걸 못 보겠어요.”
“정 대리…”
보영은 장우와 정 대리가 티격태격하는 것을 뒤로 하고 로비에서 빠삐용의 택배 직원을 만났다. 수위실에서 간단히 신분확인을 거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보영과 함께 가던 택배 직원이 갑자기 보영 뒤로 몸을 숨겼다.
“봉달씨, 왜 그래?”
“아니, 그게 잠깐만요.”
한참을 보영 뒤에 숨어 있던 봉달이가 드디어 보영 옆으로 섰다.
“아는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서요.”
“그래? 여기 **언더웨어에 아는 사람이 있었어?”
“예? 여기가 **언더웨어였어요?”
“왜? 뭐가 잘못된 거야?”
“아니요. 아닙니다. 가시죠.”
보영은 뭔가 있는 듯 한 봉달에게 더 이상 자세한 것을 물어보지 않고는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로 보영과 함께 들어서려던 봉달이 다시 한번 보영의 뒤로 숨더니 조금만 있다 들어가자고 했다. 봉달이 아는 사람이 영업3팀 사무실에 있다는 것이다. 보영은 사무실 문을 조금 열고는 사무실에 누가 왔는지를 살폈다. 사무실에는 정 이사가 어떤 여자와 함께 서 있었다.
“소개하겠습니다. 이름은 이희영 과장 입니다. 앞으로 영업3팀과 함께 일할 사람입니다. 박장우 팀장을 보좌하여 부팀장으로 일할 것 입니다.”
“정 이사님, 저희는 새로운 사람이 우리 팀에 들어올 거라는 얘기도 못 들었고, 그 사람이 부팀장이라는 얘기도 못 들었습니다. 그리고 5명이 있는 팀에 팀장 있고 부팀장이 있는 건 또 뭡니까?”
“이건 조인숙 사장님과 얘기가 다 된 겁니다. 그대로 경영층의 지시를 따르면 됩니다. 그리고 이 과장이 할 업무는 영업3팀의 관리 업뭅니다.”
“이거 너무 하지 않습니까? 영업 3팀은 제 관리하에 있습니다. 어떻게 저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사람을 들입니까?”
“박 차장, 자네는 그래서 안된다는거야. 너무 꽉 막혔어. 사람이 사람을 다룰 줄을 알아야지. 누가 힘이 있는지도 알아야 하고 말이야. 그러니까, 자네 밑에 있는 사람이 자네 마누라와 붙어먹지. 아…지금은 자네 마누라가 아니라. 전처가 되겠군.”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모르고 있었나? 역시 등잔 밑이 어둡구만…저기 조그마한 친구한테 물어보라구.”
“육 대리, 지금 정 이사님이 무슨 얘기하고 있는거야?”
“저…차장님, 제가 모르고 그만…정 이사, 저 사람이 꾸민 짓이더라구요. 말씀드리려다가 말씀 안드리는게 나을 것 같아서…죄송합니다.”
“하하하. 그것 보라구. 자네가 어떤 인간들하고 일하고 있는지 말이야. 그리고 저 친구가 하는 말을 난 전혀 모르겠군.”
“… 정 이사님, 전혀 모르고 있는 분이 너무 많은 것을 아시는 것 같군요.”
“험…걍 들리는 소문 확인한 것 뿐이야. 30분 뒤에 사장실로 오게나. 자네, 실수한 게 참 믾더구만.”
정 이사는 자신의 며느리와 함께 사무실 문을 나섰다. 사무실 밖에 있던 안보영이 사무실을 나서는 정 이사를 무섭도록 째려봤다.
“자네는 또 뭔가? 눈을 왜 그리 떠?”
“가보슈.”
“이런 막되먹은 넘이…하옇튼 영업3팀 놈들은 팀장이라는 놈부터 제대로 된 넘들이 하나도 없어.”
정 이사는 희영을 데리고는 사장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영이 자신의 뒤에 숨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봉달이에게 물어봤다.
“봉달씨, 뭔가 알고 있지. 어서 들어와서 얘기해봐.”
“네…”
사무실 분위기는 침울했다. 아무리 장우의 전처라고 하지만 부하 직원이 상사의 마누라였던 사람과 몸을 썩었다는 것이 장우로써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혼할 때에도 자신에게 커다란 상처를 줬던 미영이 이제 자신의 부하 직원과도 그렇고 그런 사이라니…
“차장님….저 정말 몰랐습니다. 그게 정 이사가 계획했던 일이었습니다.”
“정 이사가? 정 이사가 왜 그런 계략을 꾸미지?”
이 때, 장우와 육 대리의 대화를 보영이 끊었다.
“저 차장님, 이 친구가 새로 뽑은 택배 사원 서봉달 이라고 합니다. 정 이사를 알고 있더라구요. 자. 봉달씨 어서 얘기해 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저…그게…말씀드리기 쪽 팔리지만 군대갔다와서 일자리를 못 구해서, 나이든 여자의 정부 노릇을 하던 때가 잠시 있었습니다. 아까, 노친네랑 왔던 그 여자하고요. 그 날도 그 여자의 집에 가서 한참 섹스를 하고 있는 중에 그 노친네가 왔습니다. 시아버지라고 하더군요. 전 옷장에 숨어 있었는데, 그 여자랑 노친네가 제가 숨어 있는 방으로 와서는…섹스를 했습니다. 그런데 섹스 중에 여자가 노친네를 보고는 **섹스언더웨어 자기한테 줄거냐고 확인을 하더군요. 노친네는 그럴거라고 했고요. 이게 제가 알고 있는 전붑니다. 아…그 여자가 그 노친네 좃을 빨면서 자기 남편꺼랑 똑 같이 생겼다고…성질은 지애미 닮았는데 허우대나 자지는 지애비랑 똑 같다고…”
“저 차장님, 이거 정 이사가 뭔가 꾸미고 있는 것 같아요.”
“정 이사가 왜…이런 일을…”
“차장님, 아까 정 이사가 30분 뒤에 사장실로 오라고 했어요. 시간이 됐는데요.”
“그래…일단 가보자구. 갔다와서 다시 얘기하지.”
장우는 머리가 뒤죽박죽이 된 상태로 사장실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언더웨어의 무역부장, 관리부장, 그리고 정 이사와 정 이사의 며느리가 사장실에 함께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박장우 차장, 오늘은 박장우 차장에게 매우 유감스럽다는 말을 하고 싶군요.”
“그게 뭡니까? 사장님.”
“그 동안 몇 가지 뒷조사를 했지. 관리부장이 먼저 말하지.”
“네, 먼저 영업3팀의 최대 고객인 빠삐용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빠삐용의 주주들을 알아봤더니, 놀랍게도 영업3팀 사람들이었습니다. 말하자면, 회사의 이윤으로 들어와야 할 돈을 제2의 회사로 빼돌린 것이죠. 영업3팀 전체 매출의 70% 가 넘는 금액이 빠삐용을 통해서 판매가 되었습니다.”
“자…어때요? 박 차장. 이것에 대해서 뭐 할 말이 있나요?”
“… 무역부장님도 와 계시군요. 무역부장님 말씀도 들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역부장이 할 얘기는 잘못되었다는 얘기는 아니고, 통지사항이에요. 무역부장.”
“네, 지난 주에 뉴욕으로 출장이 있었습니다. 이 출장은 우리 회사의 라인 관리를 위한 출장이었습니다. 자드라보드라사의 사장인 조나단 쇼씨를 만났습니다. 자드라보드라사는 우리 **의 자사 제품 매출 신장에 대해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우리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과연 **를 대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우리 **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을 영업3팀에서 우리 무역부로 이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상입니다.”
“어때요. 박 차장. 이 정도면 영업 3팀을 위해 회사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겠지요?”
“알겠습니다. 저기 정 이사가 데리고 온 여자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십시오.”
“음 저 여자가 아니라 이희영 과장이지요. 회사는 영업3팀의 작금의 행태에 대해서 믿음을 상실했어요. 그래서 이희영 과장이 앞으로 영업3팀의 관리 업무를 모두 맡게 될 거에요. 이제 박 차장이 말할 차례군요.”
“먼저 관리부장님이 말씀하신 것부터 말씀드리지요. 한 마디로 조 사장님은 저에게 앞뒤가 맞지 않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최초 계약 시, 조 사장님은 영업3팀에 대한 어떠한 비용 청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빠삐용은 영업3팀의 모든 영업, 물류 비용 그리고 선금이 없는 매출에 대해 미리 선금을 지불하여 **언더웨어의 저희 영업3팀에 대한 불공정한 비용 처리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회사 입니다. 관리부장께서 매출액의 70% 만 고려하셨지, 비용의 몇 %를 빠삐용에서 해결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부족하셨던 같습니다. 또한, 빠삐용에 대한 디스카운트율은 다른 속옷 대리점에 대한 디스카운트율을 넘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이런 배경과 이유로도 빠삐용이라는 회사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 회사가 부도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면, 지금부터 발생하는 모든 영업, 물류 비용, 그리고, 미선급 영업액을 **언더웨어에서 부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받아들이시면 빠삐용을 통한 자금 관리는 없애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이희영 과장도 관리 인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그건…관리부장 말해보세욧!”
“저…사장님.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지만, 영업 3팀의 비용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를 못 해봤습니다. 하지만, 외상 판매액수에 따라 회사 자금 관리의 틀을 전부 바꿔야 하는 어려움은 있습니다. 아시는 것 처럼 영업 3팀을 제외한 다른 팀의 영업 실적이 계획 보다는 미진한 실정이어서…”
“그만해욧.”
조인숙은 입술을 깨물면서 숨을 몰아쉬었다. 일게 영업팀장 앞에서 자신이 웬지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좋아요…빠삐용은 그럼 당분간 그대로 눈감아 주도록 하겠어요.”
“그리고 자드라보드라사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변경 건 입니다. 환영합니다. 무역부장님께서 커뮤니케이션을 맡아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영업사원이 모자란 상태였습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주신다니 고맙습니다. 앞으로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요청 사항을 무역부에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영업3팀에서도 커뮤니케이션 상황은 알아야 하니, 모든 커뮤니케이션 발생 시에 저를 항상 첨부로 넣어주시기 바랍니다. 제 요청 사항은 그것 뿐 입니다.”
조인숙은 혼란스러웠다. 박 차장이라는 녀석이 무엇을 믿고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저희 영업 매출 목표 5억은 이미 달성이 되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저희가 15억을 달성할 때 저희에게 해주시겠다고 약속한 것을 잊지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면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우는 사장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문으로 향했다. 장우가 지나가는 자리에 정 이사가 똥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장우가 정 이사에게 귓속말을 했다.
“며느리 보지가 좋았습니까?”
장우는 얼굴이 일그러지는 정 이사를 뒤로 한 채 사장실을 나왔다.
장우가 사무실에 들어오니 모두가 침통한 표정들이었다.
“왜 이렇게 침통해?”
“저희도 어느 정도 얘기는 들었어요. 차장님…어떡하죠?”
“어떡하긴? 이 장사 오래해 먹을려고 했어? 오늘은 모두 집에 일찍 들어가고 회식은 내일 하자. 보영씨 미안한데 오늘은 기분 영 더러우니까 내일 대리 진급 파티 하자고. 그리고 15억 빨리 끝내버리자고. 이 넘의 회사 진절머리가 난다.”
“좋아요. 차장님, 본 때를 보여주자구요.”
“그리고, 육 대리?”
“헉! 네…차장님”
“자네…”
“네…말씀하세요.”
“그 여자 맛있던가?”
“네? …”
“내 옛날 마누라 말이야. 맛있었냐고.”
“저…그게…말씀드리기 송구스럽지만…제가 먹은 여자 중에서 최저급이었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 나 먼저 가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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