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험담

박 차장 - 4부 2장

본문

박 차장 4-2,






프로모션에 따른 예상매출액수와 행사 신청자들을 집계하고 소팅하는데 만 일주일이 훌쩍 지나갔다. 예상매출액은 기대치 보다는 약간 떨어지는 액수지만 이번 행사에서 신상품에 대한 구매 주문을 함께 받을 예정이어서 이 둘을 합하면 얼추 목표치에 근접한 액수가 나올 것 같았다. 장우는 이번 행사 신청자들 중에 주문액수가 큰 고객을 70%, 그리고, 행사장에서 구매 주문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결혼 정보 회사로부터의 신청자를 30% 정도로 분배하여 행사 참가자를 구성할 것을 정 대리에게 지시했다. 그리고, 고 대리에게는 신청한 고객 리스트를 다음 주 월요일까지 뽑아 놓을 것을 지시했다.




금요일 저녁, 싱글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시간이다. 다른 때 같으면 정 대리가 저녁 때 따라붙겠지만, 오늘은 정 대리도 대학동창들과의 약속이 있어서 장우는 홀가분하게 외로운 금요일 저녁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장우가 발길을 돌린 곳은 시부야 였다. 괌에서 정 대리와의 섹스를 하고 난 후, 어쩐지 지영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전화 연락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영이가 보고 싶었다.




“어머! 박 선생님, 그 동안 연락도 없으시고…보고 싶었어요…”




“하하, 제가 보고 싶었어요? 저도 지영씨가 보고 싶어서 이렇게 왔쟎아요.”




“참, 한 상무님도 와 계세요. 그런데…오늘은 한 상무님 아버님과 식사 중이시네요. 그래도, 알려드릴까요?”




“아니요. 모처럼 부자간에 저녁 식산데 제가 방해할 수는 없죠.”




“그럼 이 쪽으로 오세요. 좀 외진 방으로 모실께요.”




장우는 지영의 안내를 받고 홀 구석에 있는 작은 방으로 걸어갔다. 오른 쪽을 보니 기석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버지와의 식산데도 그의 얼굴은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장우는 기석의 아버지도 언듯 볼 수 있었다. 분명히 처음 보는 기석의 아버지지만 웬지 기석의 아버지가 낯이 익은 것 같았다.




“내가 알리가 없지…나하고 돈 많은 사람하고는 거리가 머니까?”




“뭐라구요? 박 선생님.”




“아…아닙니다. 웬지 한 상무의 아버지가 낯이 익은 것 같아서 혼잣말을 했어요.”




“네…그렇게 평범한 인상은 아니신 것 같은데…아마 어디서 뵌 지도 모르죠.”




“네.”




“그럼 이 방에서 기다리세요. 지금 손님이 많이 오셔서 조금 뒤에 들어갈께요.”




지영은 장우의 옷을 받아 옷장 안에 넣은 다음 조용히 무릎을 끓고 방문을 닫았다.








“기석아, 어머니는 잘 계시지?”




“네…그런데, 요새는 아버지가 뜸하게 들리신 다고…”




“음. 요샌 일이 좀 많아서…너도 알쟎니?”




“저야, 일 때문에 항상 아버지 곁에 있지만, 어머니가 요새 외로움을 부쩍 타시는 것 같아요.”




“그게 다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는거야. 특히, 여자들이란 외로움에 더 약하지.”


“하지만, 니 엄마도 좀 뻔뻔한 구석이 있지. 나이가 들수록 나를 보고 싶다니 말이야. 젊어선 그렇게 매정하게 날 뿌리치고 가더니.”




“그건 저도 알아요. 그래서 어머니한테 가까이 다가갈려고 하다가도 멈칫 거리게 돼죠. 하지만 옛날 일인걸요. 저도 이젠 그만 옛날 일을 지우려 합니다.”




“요샌 니 동생이 사람 구실을 하는구나. 그 녀석 이젠 뭘 하나 맡겨도 될 것 같아.”




“그러면, 회사를…”




“아니, 그 녀석은 제조업을 하고 싶다는구나. 지 아버지가 하는 회사는 맘에 안드는 모양이야. 지금 회사는 네가 꾸려 나가야 할 것 같다.”




“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제 좀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예전의 빛을 갚으려 했는데, 이젠 빛 갚은 것만이 목표가 되진 않겠구나. 하긴, 사업가로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겠지.”




“그럼 계획에 약간의 수정을 가해야겠군요.”




“그래, 아주 약간의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쪽의 우호주 확보는 어떻게 되가고 있나?”




“많은 주주들이 저희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돈 보고 투자한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돌아올 이득이 적어지면 맘 변하는 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




“그래, 돈 앞에는 의리고 뭐고 없지. 세상은 원래 그런거야. 그래서 돈은 돈 있는 곳으로 몰리는거고. 그런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몸부림쳤지만 다들 인간이라는 것에 너무 높은 가치를 부여했지…어차피, 인간이란 것들은 먹고, 싸고, 자야하는 건데.”


“회계 감사 자료 분석도 끝났니?”




“다음 주면 분석 자료가 나옵니다. 저희가 담보로 잡아논 것들의 가치 분석도 새로 했습니다.”




“준비는 많을수록 좋은거야. 이견이 나오지 않도록 한방에 죽여버리는거지.”




“알고 있습니다.”




기석 부자가 얘기하는 사이에 지영이 마지막 음식을 가지고 들어왔다.




“우엉을 꿀에 버무린 겁니다. 오늘 식사는 어떠셨습니까?”




“송이 구이가 아주 좋았어요. 다른 음식도 좋았고.”




“참, 박장우 선생님께서도 오셔서 식사 중이세요.”




“그래요? 혼자 왔나요? 아니면, 일행이…”




“혼자 오셨습니다.”




“하하하, 아무래도 장우가 사장님한테 반해버렸다보군…”




“한 선생님도…”




“오늘은 그냥 가겠습니다. 제가 괜히 끼는 것 같군요.”




얼굴에 홍조를 띠고 지영이 목례를 하고는 방은 나왔다.




“박장우라면…”




“네, 제가 전에 말씀드렸던 친굽니다.”


“유능한 친구죠. 주인을 잘못 만나서 빛을 못보고 있지만… 제가 우리 쪽으로 만들어볼까요?”




“아니, 그 친구 얘기는 들었다. 그 친구…어느 주인을 만난다 해도 끝에서는 주인을 골치 아프게 할 친구야. 하지만, 쓸모 있을 때까지는 부리는 것도 괜챦지…토사구팽. 삼복 더위에 개고기 맛도 일품인 것을.”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지영이 장우의 방에 온 것은 그가 식사를 다 끝내고 차를 마실 때 즈음이었다.




“미안해요. 장우씨.”




“미안하긴요. 제가 괜히 지영씨 귀챦게 하는 것 같은데요.”




장우는 자신의 왼쪽 옆에 앉은 지영을 보았다. 그녀의 하얀 허벅지 안쪽살이 보일 것만 같았다. 장우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 위로 올라갔다. 지영의 얼굴에 띤 홍조가 더욱 붉어지는 것 같았다. 장우의 손이 지영의 옷을 옆으로 걷고는 그녀의 하얀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었다. 부끄러워 하면서도 무릎 끓은 그녀의 다리가 조금씩 벌어지는 것 같았다.




“아가씨… 최 사장님 가십니다.”




“후…알았어요. 장우씨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옷매무새를 고친 지영이 안타까운 얼굴을 하면서 방을 나섰다. 장우의 한쪽 손이 머슥해졌다.




“아야미상, 토모 사장님께서 다음 주면 오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제발 저 사람하고는 그만 끝내주세요.”




“할멈, 그렇다면 지금 날 불러낸게 일부러…”




“아야미상, 기요꼬짱과 함께 토모 사장님이 오십니다. 제발 이 할멈의 말을 들으세요.”




“알았어요. 할멈 그만 들어가봐요. 그리고, 다음부턴 이렇게 하지 말아요.”




“그럼 아야미상을 믿고 전 들어가겠습니다.”




지영은 다시 장우의 방으로 들어왔다.




“일본인 종업원도 있는 모양이군요. 밖에서 일본 말이 들리던데.”




“네, 사실 저희 집 손맛이 아까 그 할머니 손에서 나온 답니다.”




“그랬군요. 지영씨의 일본 이름이 아야미 인가보죠?”




“들으셨어요? 네…아야미…맞습니다.”




“예쁘게 들리는군요.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장우씨, 오늘은 제가 몸이 안좋아서…괜챦으시면, 내일 제가 댁에 가도 될까요?”




“아…몸이 안좋으셨군요. 그럼요. 지영씨 좋아하는 음식 있어요? 내일은 제가 대접 할께요.”




“저요? 전 아무거나 잘 먹어요.”




“하하. 지영씨 아무거나 잘 먹은거 알지만…알았어요. 내일은 제가 스파게티 준비할께요. 그거 쉬운거고 여자들이 좋아한다고 하니까.”




“그래요. 스파게티도 좋아요.”




장우는 내일 만날 것을 약속하고는 시부야를 나왔다. 




“아야미…기요꼬…토모… 다 사람들 이름 같은데…그런데, 이거 너무 시간이 이르쟎아.”




장우는 회사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지영과 술을 한잔 하려고 차를 회사 주차장에 놓고 왔는데 아무래도 내일 아침 장을 보려면 차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회사에 도착하니 사무실의 불이 아직 켜져 있었다.




“내가 일을 너무 많이 시켰나? 누가 아직도…”




장우가 사무실을 들어가 보니, 아직 고 대리가 컴퓨터를 보면서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고 대리님, 아직 안 갔어요?”




“어머…차장님. 이 시간에 어쩐 일로. 다음 주에 정 대리가 행사 참가자 선정할려면 이번 주까지는 신청자 리스트가 나와야 하거든요. 거진 끝나가요.”




“저녁이나 들었어요?”




“아직, 저 다이어트 중이쟎아요.”




“다이어트는…그 몸에 어디 다이어트 할게 있어요? 완벽 몸맨데.”




“참, 차장님도 농담은…”




“농담 아니에요. 고 대리님 성이 왜 고씨 인지 알아요?”




“글쎄요. 아버지가 고씨니까, 저도 고씨겠죠.”




“틀렸어요. 고 대리님이 고씨인 이유는 gorgeous 라서 그래요.”




“차장님, 썰렁한거 아시죠? 가뜩이나 히터꺼서 추운데.”




“그렇네…춥네…내가 말걸면 늦어지니까. 전 옆에서 책이나 읽고 있을께요.”




“그렇게 하세요. 저도 15분 정도면 끝나요.”




“우리 맥주나 한잔해요. 제가 쏠께요. 어차피 싱글끼리 금요일 밤에 뭐하겠어요?”




“후훗…오늘은 정 대리나 지영씨나 일이 있나보네요. 차장님이 제 차지가 되게.”




“아…들켰다. 기분 나빠요?”




“물론 기분 나쁘죠? 제가 꿩 대신 닭이 됐는데. 하지만, 오늘만 봐드릴께요.”




고 대리는 다시 컴퓨터와 서류에 머리를 박고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여자…어찌보면 고 대리는 지영과 분위기가 흡사했다. 조용한 정적인 분위기…하지만 입사 초기의 그녀는 얼마나 생동감 넘치고 발랄했던가. 많은 회사의 총각들이 그녀가 지나가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박 상무의 비서실로 발령을 받고는 그 생기넘치던 여자가 저렇게 변했다니…그녀의 생명력을 다시 불어넣을 수는 없을까? 안 대리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이 아직도 남아있단 말인가?




“뭘 그렇게 생각하세요? 응큼하게 제 뒷 모습이나 보고 있고. 정 대리한테 일러줄거에요.”




“하하하…”




“뭐가 그리 우스우세요?”




“그냥요. 고 대리님이 그런 우스갯 소리도 할 줄 알고. 좋아서요.”




“제가 좀 웃겼나요?”




“네.”




“그런데, 차장님, 이번 신청자 중에 조인봉 사장의 와이프도 신청했던데요.”




“조인봉 사장? ** 제약의 조인봉 사장 말인가요?”




“네.”




“그거 남편한테 들키면 혼 날텐데.”




“왜요?”




“그게 요새 후계자 선정 문제가 있쟎아요. ** 제약의 조인봉 사장, ** 언더웨어의 조인숙 사장. 이번 년도 회사 운영 실태를 판단해서 ** 그룹 경영권을 넘겨줄거에요. 그래서 조인숙이 우릴 아직 내치지 않는거고.”




“아하…그랬구나.”




“참, 안 대리하고는 잘 되고 있는거죠?”




“네?…잘 모르겠어요. 푸훗…차장님한테는 못 보여 드릴 것 만 보여드렸네요.”




“피차 일반인데요. 뭐.”


“결혼 얘기는 아직 오가지 않나요?”




“결혼은…제가 안 대리랑 결혼할 자격이 있나요?”




“고 대리님이 어때서요?”




“차장님은 저 같은 여자랑 결혼 하실 수 있어요?”




“저요?…전 결혼할 수 있어요.”




“후훗, 고마워요. 말이라도 그렇게 해줘서.”


“차장님은 누가 더 좋아요? 정 대리랑 지영씨 가운데.”




“좋기는 다 좋아요.”




“차장님 욕심꾸러기, 결혼 상대자는요? 맘에 있는 사람이 있어요?”




“그걸 잘 모르겠어요. 두 사람 모두 매력 있고 좋은데…열정이 생기지가 않아요. 제가 만약 결혼을 또 한다면 열정적으로 아내를 사랑하고 싶거든요. 근데,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아니면 정말 내 짝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열정이 생기지가 않네요.”




“차장님, 바람둥이 맞나봐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하하하. 맞아요. 저 바람둥이 맞나봐요. 다 좋은거보면. 일 끝났으면 저랑 맥주 한잔 하러 갈래요?”




“네. 그러죠 뭐. 바람둥이랑 맥주 마시는 게 영 무섭긴 하지만.”




“바람둥이는 유부남 얘기 아닌가? 아직 저나 고 대리는 쳐녀 총각이라고요. 뭘 하든 죄가 아니에요.”


“제가 오늘은 신촌으로 모실께요. 대학 때부터 다녔던 곳이 아직 문을 안 닫은 곳이 있어요. 제가 자리에 앉으면 Love is like oxygen 이 나온 다구요.”




“어머, 아직 그런 곳이 있어요? 이거 영광인데요. 차장님의 아지트를 같이 가다니. 음, 오늘은 바람둥이어도 좋아요.”




“하하하, 바람둥이 아니라, 오늘은 한 마리 수컷 늑대에요. 아우웅~”




“알았어요. 그럼 전 여우 될래요.”




“그럼, 여우씨, 늑대랑 나갈까요?”




“좋아요. 늑대씨.”




장우와 고 대리는 사무실을 나와서는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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