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차장 - 4부 9장
본문
박 차장 4-9
“안녕하셨어요~”
다시 온 월요일 아침, 다른 월요일 아침과 다른 것은 상을 당해서 지난 일주일간 휴가를 갖았던 고 대리가 사무실로 출근한 것이었다. 조용하기만 한 성격의 고 대리였지만, 그 동안 함께 고생했던 팀원 가운데 하나가 빠져서 그런지 고 대리의 빈 공간이 너무도 크게 느껴졌었다. 이제 그 빈 공간이 다시 채워진 것이다.
“어제 차장님이 알아봐 주신 새집으로 들어갔어요. 집이 너무 이뻐요. 바닥도 벽지도 모두 새거고, 그리고 환한 색이어서 너무 좋았어요. 감사드려요.”
“그거 우리가 다 한 겁니다.”
“알고 있어요. 육 대리님, 어제 차장님한테 얘기 다 들었어요. 그릇들도 너무 이뻐요. 그건 분명히 정 대리가 골랐을 것 같더군요.”
“맞아요. 우리 팀 남자들은 그런데는 영 소질이 없더라구요. 고르는 것 마다 촌스러움의 극치라고나 할까? 그 중에 단연 차장님이 압권이었어요. 그릇에 장미꽃 문양이 그려진 화려한 것에만 손이 가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심플하고도 도시적인 디자인으로 고른 거에요.”
“그랬구나…하지만 나도 그런 촌스러움은 좋아하는데…하옇튼 너무 좋았어요. 감격 먹었어요. 모두들에게 감사하단 말씀 전합니다.”
“야~ 안 대리, 넌 왜 가만있냐? 기둘리고 기둘리던 고 대리님이 오셨는데.”
“안 대리…잘 있었어?”
“네…근데, 어제 저 한테 전화 주시지 그랬어요…”
“그거…사실은 주소대로 내가 그냥 찾아갈려고 그랬는데…차장님이 전화를 먼저 주시고 터미널로 마중을 나와 주셔서….”
“안 대리, 미안하다. 내가 그것 까지는 생각 못하고 먼저 전화를 했다. 하지만, 이젠 고 대리가 서울에 왔으니 됐쟎아. 빨랑 일하자고 우리 시간 없어. 이벤트가 다음 주라고.”
“오늘까지 참가자에게 보낼 초청장하고 마스크를 모두 포장해야 하고 내일은 그걸 우편 발송해야해. 오늘은 단순무식작업이니까, 모두 무식하게 일해보자구.”
“작업은 옆에 중회의실이 오늘은 사용 일정이 없다고 하니까, 육 대리하고 안 대리는 소포 만들 것 들을 그 회의실에다가 갖다놓도록 해.”
“오늘 저녁은 시부야에다가 예약 해 놨어. 참치 한 마리 들어왔는데 목덜미 살 남겨놓기로 했다. 다들 알지? 목덜미 살 엄청 비싼거. 그거 먹을려면 빨리 끝마쳐야 해.”
“그럼 난 일 안해요.”
“정 대리는 왜? 참치 싫어해?”
“참치는 좋아해요. 시부야가 싫어서 그렇지.”
“얌마…오늘은 밥만 먹고 나올거야. 그리고 바쁜 시간이라서 지영씨도 잘 못들어올거고. 됐냐? 됐어?”
“그렇다면…한번 해보죠 뭐.”
“(칫…지가 내 마눌인가?)”
“차장님, 잘 됐네요. 저도 지영씨한테 고맙다는 말 해야 하는데. 지영씨가 전자레인지를 보내주셨더라구요.”
“봐라. 정 대리, 정 대리도 좀 고 대리를 배워. 얼마나 마음씨가 곱니?”
“핏!, 난 그 여자한테 빚진거 없다구요. 흥!”
“내가 정 대리한테 어떻게 말로 이기겠니? 그냥 일이나 하자.”
사람은 신나는 일을 할 때는 일하는 속도도 빨라지는 법이다. 자신들의 물건을 사 준 사람들, 그리고, 더 사줄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우편물을 포장하고 있는 사람들의 작업 속도는 매우 빨랐다.
“저…차장님, 오늘 점심시간이 조금 길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안 대리, 그래 지금 속도로 나가면 오후 늦게 다 끝날거 같으니까, 같다와. 왜? 고 대리하고 점심하게?”
“네.”
“그래, 맛있는거 사줘. 그렇쟎아도 가는 여자가 일 치루고 난 다음에 더 가늘어진 것 같아.”
“네.”
“우리도 점심 먹으러 갈까?”
“그래요. 우리 무지 배고파요.”
“저, 고 대리님.”
“응. 안 대리.”
“저랑 점심 드시러 가요.”
“오늘은 내가 우리 팀원들한테 점심이라도 대접하고 싶은데…다들 나 때문에 고생했고…”
“다음에 사면 되고 오늘은 저랑 꼭 같이 점심 드셔야해요.”
“그래요. 고 대리, 다음에 우리한테 사주고 오늘은 저 부잣집 도련님한테서 맛있는거 얻어먹으세요.”
“하지만,…”
“그래요. 고 대리. 집도 이사했으니까. 아예 집들이 겸해서 하지 뭐.”
안 대리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도와주자 고 대리의 손목을 잡고서는 고 대리를 사무실 밖으로 억지로 끌고 나왔다.
“안 대리, 손목 놔줘. 아퍼…”
“네, 그럼 저랑 점심 먹으러 가는거에요.”
안 대리는 자신의 차에 고 대리를 태웠다.
“그런데, 돈 안 갚으셔도 되는데…보내주셨더군요.”
“내가 꾼 건데 갚아야지. 정말 고맙고 잘 썼어. 안 대리가 그때 융통해주지 않았으면 어려웠을거야. 마침 아버지 일 나기 바로 전 주에 집이 빠졌어. 더 빨리 갚았어야 하는데 미안해. 경황이 없었어.”
안 대리는 고 대리의 대답에 아무말 없이 차를 몰았다. 안 대리는 회사에서 멀지 않은 일식집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일식집 안으로 들어갔다.
“안삼봉씨가 예약을 했을텐데요.”
“안 회장님…네, 지금 매화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 대리, 오늘 안 대리 아버님을 뵌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쟎아. 이런게 어딨어?”
“그냥 같이 식사하는거에요.”
안 대리는 막무가내로 고 대리를 데리고 직원의 안내를 받고는 매화실로 갔다. 직원이 공손하게 매화실의 문을 열었다.
“아버지. 저 왔습니다.”
“그래. 좀 늦었구나….그런데…”
“네, 저랑 같이 일하는 고인하 대리입니다. 아버지에게 인사시킬려구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고 인하 라고 합니다.”
안 대리는 못마땅해하는 표정이 역력한 아버지를 무시한 채 아버지 앞에 고 대리와 나란히 앉았다.
“그런데, 오늘 나랑 식사하기로 한 자리에 왜 고인하씨를 데리고 온거냐?”
“아버지에게 제가 결혼할 여자를 소개시켜드릴려구요.”
“안 대리…”
잠시 동안 세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입을 먼저 땐 것은 안 대리의 아버지였다.
“고인하씨라면, 전에 박광택 상무의 비서로 일하셨던 분 아닌가요?”
“네…그렇습니다.”
“아버지!”
“가만있어봐라. 오늘 고인하씨를 데리고 온 것은 네 말만 하려는건 아니었쟎니?”
“고인하씨”
“네…”
“난 이 세상을 살만큼 살아본 사람이요. 사람 사는게 사랑만으론 안된다는 것도 알지. 고인하씨도 젊은 사람이지만, 보영이 보다는 더 잘 알거요. 내가 알고 있기론 고인하씨도 그런걸 알만큼 세상을 험하게도 살아본 것 같고.”
“긴 말은 하지 않겠소. 세상엔 자기에 합당한 짝이 있게 마련이요. 내가 보기엔 보영이의 짝은 고인하씨가 아닌 것 같구료. 그냥 보영이와는 회사 동료로써만 지내주길 바라오.”
“아버지!”
“식사는 2인분을 시켰다. 곧 요리가 나올거야. 난 이만 일어나겠다. 식사하고 가거라. 계산은 아버지가 하마.”
안삼봉 회장은 아무 말 없이 일어나서는 방을 나갔다. 고 대리를 보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무릎 끓은 그녀의 무릎 위에 놓인 그녀의 두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고 대리님”
“아무 말 하지마. 안 대리”
“미안해요. 하지만…”
“안 대리, 날 그렇게 생각해준 건 고마워. 하지만, 오늘 일은 안 대리가 경솔했어. 어르신한테도 나 한테도. 나 그냥 들어갈게.”
“저도 같이 가요.”
“아니, 그냥 혼자 가고 싶어. 나 그냥 혼자 가게 놔줄래? 이따가 사무실에서 봐.”
아버지도, 그리고 고 대리도 떠난 방에 안 대리만이 남았다. 안 대리 앞의 테이블에는 들어오는 요리 그릇이 테이블을 메꾸어가고 있었다. 요리를 서빙하는 여자가 안 대리의 안색을 살폈다. 무표정한 안 대리의 눈이 방에 걸려있는 하얀 눈 속의 매화 그림에 고정되어 있었다.
점심 시간 후, 장우는 남아있는 직원들과 함께 소포를 싸는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30분 정도가 지나자 고 대리가 들어와서는 일에 합류를 하고 그로부터 30분이 더 지나서야 안 대리가 들어왔다.
“차장님. 이거요.”
“육 대리, 이건 뭔데?”
“조인숙 사장님께 드릴 초청장하고 마스크에요.”
“조인숙 사장?”
“네. 우리 사장님인데 그냥 지나치면 사장님에 대한 예우가 아니죠.”
잠시 동안, 두 사람 사이의 시선이 무언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같았다.
“알았어. 사장님한테 드리고 올게. 나머지 두개는?”
“다른 참석자들과 같이 우편으로 붙입니다.”
“음…그래.”
장우는 육 대리가 내민 소포 꾸러미를 들고 사장실로 향했다. 마침 조인숙은 사무실에 있었다.
“사장님.”
“박 차장. 무슨 일이에요?”
“저희 팀이 준비하는 이벤트가 다음 주로 닥아왔습니다. 현재 참석자에게 우편물을 발송하고 있습니다.”
“어떤 우편물입니까?”
“초청장과 마스크가 들어있습니다.”
“마스크?”
“이벤트에서는 준비하는 사람이나 참석하시는 고객 분들이 언더웨어만 입고 출입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익명성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입장하도록 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참석 고객들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고도 이벤트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입니다.”
“이걸 날 주는 이유는 뭐에요?”
“저희 회사에서 준비하는 행사입니다. 회사의 대표자에게도 마땅히 보고를 드려야지요. 참석해주신다면 저희로써는 영광이겠지만, 사장님이 좋아하실만한 이벤트인지도 모르겠고, 설령 참석하신다고 하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입장을 하실 테니까 저희들로써는 알지 못하는 어려움은 있습니다.”
“그래요. 회사의 대표인 내가 알고 있기는 해야지요. 고마워요. 그리고, 나도 그 이벤트가 성공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요. 그거 놓고 나가보도록 해요.”
“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장우가 사장실을 나서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인숙은 인터폰을 눌렀다.
“네, 사장님.”
“내가 말하기 전까지 아무도 방에 들이지 말도록 해.”
조인숙은 천천히 장우가 주고간 상자를 열어보았다. 가장 먼저 띤 것은 금박의 봉투에 담긴 초대장, 그리고 그 밑에는 고양이 얼굴 모양의 마스크, 그리고, 그 밑에는 핑크색 한지로 싸여진 속옷이 들어 있었다.
“제법이군. 사람 무안하지 않게 이런 것도 넣어보다니…한번 구경이나 해볼까?”
조인숙은 천천히 위에 있는 있는 브라자를 먼저 들어보았다. 브라자 천 전체가 까만 망사천으로 되어 있는 브라자였다. 그리고 컵이 있어야 할 자리는 뻥 비워져 있었다. 조인숙은 팬티도 들어보았다. 역시 까만색 망사천의 팬티였다. 팬티는 한 가운데가 길고도 넓게 뻥 뚫려 있었다.
“이런걸 입고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참, 마스크가 있었지.”
조인숙은 탁자 위에 놓인 마스크를 들고는 거울 앞에서 마스크를 얼굴에 씌웠다. 거울을 보니 거울에는 한 마리의 암코양이만 보일 뿐 조인숙은 없었다. 조인숙은 마스크와 속옷을 다시 넣은 채, 상자를 자신의 책상 서랍에 넣었다. 그리고 초대장은 자신의 편지 꽂이에 끼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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