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강한 열전 - 5부 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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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 부 남편의 선택
그러던 어느날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완연한 봄날씨를 보이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잠자리에서 눈을 떳지만 뻐근한 몸을 잠자리에서 쉽게 빼어내지 못하고 침대에서 뭉기적거리고 있었다.
어제는 미라와 임진강 쪽으로 드라이브가서 민물장어를 배터지게 포식했다.
물론 계산은 미라가 했지만 미라는 본전을 뽑고도 남는 장사를 했다.
강정식을 먹여 놓고는 소화도 다 되기전에 모텔에 들어가서 자신의 아랫입으로 엑기스를 몽땅 빨아먹었으니....... ㅠ ㅠ ㅠ.......
일본인들이 장어를 제일의 강정식으로 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무려 세 번에 걸쳐서 걸쭉한 정액을 양껏 미라에게 넣어 줬어도 체력이 달리는 기분이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 날려니 약간은 몸이 뻐근하였다.
아무리 힘이 넘치고 정력식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나른한 봄날에 너무 힘을 뺀 모양이다.
나른한 근육을 기지개를 양껏 키며 이완시키니 기분좋은 쾌감이 전신으로 번져난다.
일어날까 말까 망설이며 침대위에서 뭉기적 거리고 있었다.
(오늘 특별한 스케쥴도 없는데 조금 더 잘까......)
"삐리~리링...... 삐리~리링......"
게으름을 깨우는 전화벨이 울렸다.
(아침부터 누구지??...........미라??......)
"여보세요?....."
"..............."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
"아니! 여봇쎄요?"
짜증이 나길래 쇳소리를 내었다.
".........저.......
실례하겠습니다.........."
수화기를 통해서 가늘게 떨리는 중년이 넘어 보이는 사내의 음성이 들려왔다.
"??..........누구....십니까?"
"저..... 마강한씨 되시죠?"
"??...... 그런데, 누구십니까?"
"저............"
사내는 선뜻 용건을 꺼내지 못하고 몹시 망설이는 기색이다.
뭔가 찜찜하다.
순간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면서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저......... 김미라 남편되는 사람입니다."
"@#$%^&*!!!!........."
머리속이 순간적으로 하얗게 비어오면서 온몸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송수화만 들고 가만히 있었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미라의 남편이란 사내였다.
"저...... 죄송하지만 좀 만날 수 없을까요?
"..................."
너무나 당황되어서 나는 이 소리를 듣고도 아무런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놀라셨겠지만, 다른 뜻은 없고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러니 오늘 시간 좀 내어 주십시오......."
".........??............"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남편이 지정하는 까페에서 저녁 무렵에 만났다.
미라의 남편의 첫눈에 보아도 중후한 장년의 신사였다.
얼굴은 늙어 보였지만 아직도 두 눈에 정기가 넘쳐 흘렀다.
험한 세파에 시달리지 않았는지 얼굴은 약간의 홍조를 띤 동안이었고, 대체로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건성으로 수인사를 나눈 다음에 우리는 말없이 양주잔만 기울였다.
나는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수시로 입구쪽을 내다보았다.
여차하면 들고 틜 심산이었다.
발렌타인 17년산이 반 병쯤 비워졌을 때 이윽고 남편이 운을 떼었다.
"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리다.....
나를 좀 도와 주시오......."
"......??........."
"나는 이제 늙었습니다.
당신은 남자인 내가 봐도 너무 젊고 힘이 넘쳐 보입니다.
여자라면 누구라도 당신에게 호감을 가질만 합니다.
하지만....... 모든 행위에는 책임도 따라야 합니다.
늙은이의 주착없는 말 같지만........
저는 지금 집사람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애들은 품안에 있을 때 자식이란 옛말처럼 다들 저혼자 잘난줄 알고 촐랑대지요.......
먼저집사람과 사별하고 난 다음에 인생의 황혼이란 말을 실감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집사람을 만났고, 표시는 안았지만 현재의 제 삶의 유일한 위안은 집사람의 사랑을 받는 것입니다.
주변에서는 너무 젊고 예쁜 처자를 마누라로 삼으면 명이 단축된다는 말들도 있었지만 저는 게의치 않았습니다.
처음 얼마동안은 회춘하는 기분이었고, 삶의 환희를 만끽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가 없더군요.
근래에는 힘이 떨어지면서 집사람 대하기가 민망스러워 집디다.
한참 타오르는 순간에 시동이 꺼져버리는 낭패감은 젊은이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겁니다.
자연히 밤이 두려워지기 시작하더군요.
나는 겸손해지기로 하였습니다.
인생은 순리대로 사는게 정답이니까요.
하지만 집사람이 노골적으로 나를 무시하고 극단적으로 내곁을 떠나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용납하고 안하고가 문제가 아니라 견딜 수가 없습니다.
집사람이 당신과 바람이 난 것은 진작에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늙은 나에게 그토록 무서운 질투심이 남아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태어나서 그토록 고민을 해 본적도 없을 정도로 순탄하게 살아온 인생이었습니다.
"청부살인"이라는 단어를 하루종일 메모지에 휘갈기며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일편단심........
그것은 집사람을 떠나 보내기 싫은 내 마음인데 그것을 흡족하게 하는 묘안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결단을 내려 당신을 만나자고 했습니다."
여기까지 말하곤 슬픔에 젖은 얼굴로 잔을 들어 술 한잔을 마시며 숨을 골랐다.
강하지도, 빠르지도 않은 차분한 어조로 하는 말이었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폐부를 찔러왔다.
"내가 내린 결론은 간단합니다.
마선생이 우리 집사람곁을 떠나 주세요!!
마선생만 떠나면 우리 집사람은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저에게 돌아올 겁니다."
말을 마치며 노신사는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유구무언.........
내가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입이 열 개라도 단 한마디도 꺼낼 수가 없을 것이다.
부나비처럼 쾌락을 추구하는 동안에 이토록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을 괴롭혔으니........
그날 우리는 진탕으로 취하도록 마셨다.
취하면 취할수록 부끄러워 지면서 노신사앞에 무릎을 꿇고 싶었다.
미라와의 사랑은 이렇게 끝이났다.
인생살이의 서글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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