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친구야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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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와 불륜의 차이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인가????
거기에 담긴 에피소드 한토막을 적어 볼까 한다.
불륜인지 로맨슨지는 여러분들의 판단에 마껴둡니다.
2003년 어는 가을( 아마 이맘때쯤으로 기억된다.)
회사에 큰 행사 준비로 분주했을 그때 나의 헨드폰엔 한통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 민수야 내가 누군지 모르지, 너 연락처는 친구한테 어렵게 구했고, 또 이렇게 어렵게 메시지 띠운다"
그러구 마지막에 남아있는 전화번호 017-***-****
누구지????
하지만 너무나도 바쁜 그때 전화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난 바지주머니에 핸드폰을 쑤션넣고는 다시 일에 몰두해야만 했었다.
저녁
행사가 어느정도 마무리 되고, 집에서 걸려온 전화
일상적인 대화가 오갔고,
전화를 끈으면서 아까 메시지가 불현듯 생각난다.
난 메시지에 남아있는 전화번호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잠시간의 통화음이 울리더니 낯선 여자의 음성…
" 여보세요"
" 네 정민수라고 하는데요 아까 메시지 남기셧던데…"
" 전화 잘못거셨읍니다."
" 뚜-----------"
다시한번 그 번호로 통화를 눌려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메시지만이 들려올뿐이다.
" 별 미친년 다있네"
난 대소롭지 않게 넘기고는 사무실 뒷정리로 다시금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다시 울려대는 핸드폰…
017-***-****아까 메시지의 주인공이 다시 전화를 한 것이다.
" 네 여보세요?"
" 나야 민수야"
" 누구신지????------"
" 정희야 정희 ----넌 벌써 짝궁 목소리도 잊어버렸냐?"
" 정희???"
" 6학년 3반 정희 몰라?"
" 아 민정희-----"
그제서야 생각난 정희---
정희는 초등학교 6학년때의 짝궁이였는데 지금 그녀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 야 민정희 이게 얼마만이야?"
" 정말 반갑다 민정희, 죽지 않고 살고 있으니 이렇게 너랑 통화도 하고----"
" 나도 정말 반갑다 민수야"
" 근데 좀전에 전화 왜 그냥 끊었냐?"
" 방금 남편이 퇴근했거든 그때 너한테 전화가 와서------"
" 그건그렇고 너 아직 시골에 산다면서-----"
" 그래 그렇게 됐다"
" 내가 이번주에 친정에 잠깐 다녀갈 예정인데 그때 얼굴한번 보자 민수야---"
" 우리 그때가서 실컷 옛날 얘기하자 민수야"
" 빨랑 내려와 지즈배야 물어볼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 그래 내려가서 보자 ----"
난 핸드폰의 폴더를 닫으며 아련한 옛추억을 떠올린다.
정희----정희라…
누구나 한번쯤은 그려 봤음직한 어릴적의 옛추억과 그 한편을 자리 잡고 있는 여자
정희가 나한테 그런 아련함을 떠올리게끔 하는 친구였다.
어떻게 변했을까? 그러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정희를 못본지 벌써 20년이 넘어서고 있으니 너무나 물어볼게 많다.
정희를 만나면 무슨 얘길 해야 하나?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난 머리속으로 오만가지 상상을 하며 정희와의 만남을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
나른한 오후를 일순간에 깨우는 핸드폰이 울린다.
" 나야 정희"
" 어----정희야 어디야?"
" 여기 엄마도시락이야"
" 엄마도시락? 거기가 어딘데?…"
" 학교앞에 우리가 자주가던 분식집 있잖아----"
" 그래 그 할머니집?----"
" 그래 너도 기억하는구나 근데 거기가 엄마도시락으로 바꿨네"
"알았어 나도 막 퇴근할려는 참인데 잠깐만 기다려-----"
난 황급히 일을 정리하고 차를 몰아 모교로 향한다.
난 설레는 맘으로 분식집의 문을 살며시 열었다.
화하게 빛나는 형광등 아래엔 탁자 네다섯개가 열을 맞춰 노여 있었고
탁자 한구석에 다리를 꼬고 정희가 앉아 있었다.
베이지색 코트에, 롱부츠를 신고, 얼굴엔 옅은 화장을 했는지 연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곤 떡복기를 입에 물고는 문이 열리자 천진스런 얼굴로 날 쳐다본다.
영락없는 그시절 정희였다.
" 야 민정희"
난 그녀에게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환하게 웃으며 나의 손을 두손으로 덮섭 잡은 정희---
" 야 정민수 ----- 너구리----"
왕방울만 두눈, 언발란스한 작은 입술, 그리고 이마 가운데 솓은 생채기---
어린시절 그대로의 정희였다.
다만 눈가의 잔주름만이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고 잇었다.
" 야 넌 어떻게 하나도 안변했냐?"
" 야 너구리 정민수 너야말로 변한게 없냐?"
" 야야야 넌 아직도 그 별명 기역하냐?"
" 왜 기역하면 안돼냐 이 너굴아?"
" 이게 정말-----"
모처럼 어릴적 그시절로 돌아간거 마냥 정희와 난 그때 너무 행복했다.
" 껌딱지, 킹콩, 아싸라비요, 깜순이, 돌아이-----"
벌써 얘엄마, 아빠가 되어 있을 친구들의 별명이 연실 튀어 나왔고
정희와 난 손뼉을 쳐대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정희와 나와의 그시절로 화제가 넘어간다.
" 야 너 그때 무슨 심산으로 나한테 우유곽 건내줬냐?"
" 무슨 우우곽?"
" 6학년때 수업시간에 내가 오줌마렵다고 하니깐 너가 빈우유곽 주면서 거기다 싸라고 했잖아?"
" 그때 왜 그랬냐 --- 지금 좀 물어보자?"
" 내가 그랬나 기억 안나는데?-------"
" 이게 치사하게 자기한테 불리하면 꼭 모른덴다"
" 그런 넌-----"
" 내가 뭘?------"
" 넌 꼭 내가 고무줄 놀이 할때만 줄끈고 도망갔잖아?"
" 그러구 내가 독감걸려 조퇴하던날 너가 내 가방들고 우리집까지 바래다 준거 기억나지?"
" 그때 우리집 문앞에서 너가 날 꼭 안고는 도망갔던거 기억안나니?"
" 글쎄?-----"
" 치사하게 남자새끼가 안을려면 화끈하게 안아 주던가----맹숭하게 그게 뭐냐?"
" 왜 오늘 꼭 더 안아줄까?"
" 그래 그때 이자라도 받아야겠다-----"
우린 그렇게 농담반 진담반 섞여가며 지난날의 동심으로 젖어들었다..
" 민수야 우리 나가서 학교 한바퀴만 돌자 -----"
" 그래 "
난 잠바를 걸치며 문을 열고 분식집을 나섰다.
정희는 긴머리를 휘날리며 코트깃을 올리곤 뒤따른다.
적막한 운동장…
플라타너스 나뭇잎들이 떨어져 운동장에 휫날린다.
그리곤 바람이 부는데로 이리저리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다.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묻어나오는 교정을 우린 말없이 걸었다.
한참을 걷고 있으려니 정희가 나의 손을 잡는다.
너무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손길을 느끼면서 우린 또 걸었다.
" 정희야 행복하니?"
난 무거운 침묵을 깨며 정희를 힐끗 내려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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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는 그녀
정희는 말대신 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걷고 있다.
지금 이순간을 방해하지 말라는투로 정희는 나의 어깨를 빌리며 눈을 감고 있었다.
" 넌 어떻게 연락처를 아는 얘들이 없니?"
난 정희가 감싸쥔 손을 깍지껴 정희와 나의 손을 잠바 주머니에 넣으며 얘길 꺼닌다.
" 나 이민갔다 얼마전에 왔어"
" 어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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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말이 없는 그녀
더 이상 묻지 말라는 투로 나의 어깨에 몸을 더욱 바싹 부벼댄다.
그리곤 두빰을 타고 내리는 그녀의 눈물----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눈물…
어릴적 그 큰 두눈으로 연실 울어대던 정희----
그땐 소리내어 엉엉 울기도 했었는데
오늘 정희는 소리없이 두줄기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난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정희에게로 건낸다.
그년 조용히 건네받은 손수건으로 두눈을 훔친다.
" 민수야 우리 장난감기차 한번 해보자"
정희는 오르막 철봉에 이르자 언제 울었냐는 식이다.
" 고무줄이 없잖아-----"
" 내가 그럴줄 알고 준비햇지----"
정희는 능숙한 솜씨로 고무줄을 두겹으로 접치더니 그 끝을 철봉에 매단다.
그리고 길게 늘려 나의 다리에 걸어준다.
" 움직이면 안돼"
" 쪽팔리게------"
" 누가 쫀팽이 아니랄까봐"
" 너가 그때 내 고무줄 끈어 먹은거만 해도 한트럭은 될거다 이 쫀팽아"
" 잔말말고 잘 붙잡고 있어"
그녀는 검은색 롱치마를 무릅까지 걷어 올리더니 고무줄 사이로 올라선다.
" 장난감 기차가 칙칙폭폭 간다…과자와 설탕을 싣고서-----"
정희가 고무줄을 넘을때마다 보이는 흰색 속치마…
한번 뛰면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흰색 속치마…
" 엄마방에 있는 우리 아기 한테 과자주러 갑니다----"
정희의 긴머리카락이 출렁댄다.
그리고 옅게 풍기는 그녀의 향취----
그녀의 향기가 나의 후각을 살며시 자극하고 있었다.
" 정희야 내가 너 좋아한거 알고는 있었냐?"
정희는 계속해서 고무줄을 넘고 있었다.
" 야 지즈배야 내가 그때 너 사랑한거 알고 있었냐구?"
정희는 뛰면서 나를 보며 생긋 웃어보인다.
" 이런 씨벌 혼자 짝사랑 했구먼--------"
" 아니야 민수야"
정희는 고무줄을 넘다 말고는 나에게 다가선다.
정희는 숨을 헉헉 거리며 나를 그윽하게 쳐다본다.
" 너와 나의 소중한 첫사랑이야, 민수야"
오늘따라 조그만 그녀의 입술이 더욱 발갛게 익어 있었고, 나의 심장은 터질듯 뛰어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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