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스토리 - 5부
본문
복자에요.
요즘 뉴스에서 누군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자주 듣습니다.
얼마전에도 문학소녀를 꿈꾸던 열다섯살 소녀가장이 가족들 병간호하기가 힘들고 지쳐서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드실 따뜻한 밥을 지어놓고 자기방에서 목을 메어달았다는 기사가 생각나네요.
마음이 아프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죽기도 힘들지만 그래도 살아간다는건 더 힘든일입니다.
희망없지만 오늘하루를 살아내신 분들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살아보자구요....
세번째로 쓸 이야기는 훈이오빠이야기 입니다.
"오빠 추워? 그러게 내복 입으라니깐 ...."
"안추워. 촌스럽게 무슨 내복을 입냐."
버스에서 내리자 싸늘한 겨울바람이 옷깃을 파고 들었습니다.
훈이오빠의 오리털잠바 호주머니에 같이 손을 넣고 걸었지만 연약한 남자의 팔이 바들거리면서 떨리는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복잡하던 시내중심을 벗어나 골목길로 한참을 들어가자 작고 허름한 점포들 사이를 오빠는 뭘 찾는지 두리번 거리면서 절 데려갑니다.
"뭘 사준다고 데려 가는거야? 차라리 그냥 돈을 주지."
"시끄러. 내가 봐둔게 있으니깐 빨랑 따라와."
"그러니깐 그게 뭐냐고?"
"가서 보여줄께. 끝내주는 거야."
"....."
드디어 찾아냈는지 멀리있는 간판을 보고는 발걸음을 서둘렀습니다.
"벌떡성인용품점"
"빨랑 들어와."
"뭐야 오빠, 여길 왜 와?"
"살게 있다니깐 그러네. 들어와봐."
"여기서 뭘살려고....? 난 싫어. 혼자 들어가."
싫다는 제팔을 끌고 억지로 들어간 "벌떡성인용품점"에는 그야말로 남자들 거시기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만큼 온갖 가지각색 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남성과 여성의 성기모양으로 본을 뜬 자위용품들로 눈길 둘곳 없이 민망해졌습니다.
오빠는 입을 헤 벌리고 별천지라도 온 사람처럼 신기하게 이것저것 만져보더니 불쑥 남성의 발기된 성기처럼 생긴 것을 한손에 들고 제앞에 내밀었습니다.
"야, 이거 봐. 엄청 크지. 이거 하나 사줄까? 큭큭큭큭"
"미쳤어, 미쳤어. 그걸로 뭘하게?"
"뭘하긴 음.... 남자랑 여자랑 하기전에 있잖냐, 하기전에 요놈을 살살 넣어서 적셔주는 거지. 기름칠을 잘해야 기계도 고장이 안나잖냐."
전 질색을 했습니다.
차라리 남자들 화장실에 앉아서 변 안나오면 쑤셔가면서 청소나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더군요.
결국 젤만 서너개 까만봉지에 넣어서 가게를 나왔습니다.
"오빤,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내가 그짓 해주는 여자로 밖에 안보이는 거야?"
"아니... 그런게 아니고...."
"나 따먹는게 좋아서 사귀는거지? 그렇지?"
"아냐... 그런거 아냐."
"아니면 지금 반찬살돈도 모자란데 요상한거 살돈은 어디서 생겼대?"
제 구박에 결국 미안하다고, 안그러겠다고, 말잘듣겠다고 강아지처럼 꼬랑지를 내렸습니다.
성인용품 살려고 일주일동안 모은돈을 다 뺐고나서도 제기분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노래방에서 한시간동안 서로 상대방 마이크를 뺏어가면서 목이 컬컬해지도록 노래를 부르고 난 후에야 저희는 다정하게 팔을 붙잡고 주인집 대문을 열고 들어와서 오른쪽 골방에 있는 작은 자취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전 부엌에서 냄비손잡이를 행주로 싸서 들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크... 역시 소주에는 부대찌게가 끝짱인게야, 끝짱."
사귀는 사람과 자취할때는 뭘 먹어도 맛있었지요.
찌게는 먹다가 남은 온갖 반찬들과 김치를 넣어 끓여서 짭쪼롬 했지만 소주안주로는 먹을만 했습니다.
"오빠 컴터에서 노래좀 틀어봐... 분위기 좋은놈으루..."
"잠깐만.... 다운받아서 틀어줄께."
오빠는 국물을 한숟가락 떠먹고서 몸을 틀고 컴퓨터로 "소리받어"사이트에서 이수영을 다운받아 틀어줍니다.
"근데 있잖냐, 소리받어 사이트는 참 질기게 오래간다. 사장님 다리에 문어빨판이라도 붙었나?"
더이상 부러울게 없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외국영화 제목처럼 이보다 좋을순 없었죠.
조용한 밤에 분위기 있는 음악, 따끈한 찌게 와 소주 그리고 몸이 좀 부실하긴 하지만 마음은 착한 오빠.
하지만 작은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훈이 있냐?"
별안간 방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걸쭉한 사내음성이 들렸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오빠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그리고 황급히 방문으로 뛰어가서 바깥문을 열자 건장하고 각진얼굴의 사내 세명이 떡 버티고 서있었습니다.
"아... 선배 여긴 왠일이세요?"
"그래, 잘있었냐? 니가 연락이 없길래. 우리가 제일 싫어하는 한자성어가 연락두절 인거 알재?"
"아...네... 안그래도 제가 찾아뵐려고 했는데...."
"그랬니? 그래... 우리가 이렇게 와버렸으니께, 인제 니가 먹은 약값은 줘야지."
"....네...."
오빠는 잠시 서있다가 옷장에 숨겨두었던 비상금을 꺼내 문밖에서 기다리는 사내들에게 건넸습니다.
그돈은 오빠가 불고기집 보조로 아르바이트 하면서 힘들게 벌었던 피같은 돈이었습니다.
"그래... 담부터는 약장사하는 불쌍한 우리들 기다리게 하지 말거라잉. 아까는 솔직히 섭섭하더만...."
"네...."
"근디, 아~따 분위기 참말로 조~오타. 애인이냐?"
"안녕하세요."
돈을 손에 쥐고서 사내들은 방안을 살펴보자 제가 마지못해 인사를 했습니다.
"그래, 훈이짜식 약먹고 애인한테다가 전부 보람되게 바쳤나 보구나."
사내들이 킥킥거리며 웃었습니다.
"하이고~ 날씨가 추워서 이거 잠깐만 쉬었다가 가야겠네."
기어이 사내들이 꾸역꾸역 오빠를 밀치고 저희방으로 들어와서 주저 앉기 시작하자 방안이 꽉 들어찼습니다.
"우리는 훈이아는 형들이어요. 잘부탁혀요.
"네..... 그러세요, 저기 커피한잔 드릴까요?"
"됐어요. 커피는 됐고.... 소주나 한잔 따라주면 내마음이 따시겄네....."
한잔 부어달라고 술잔을 들이밀자 전 오빠눈치를 살폈습니다. 구석으로 밀려난 오빠는 고개를 숙이고 죄지은 사람처럼 라이타만 만지작거리고 있었죠.
"크....아, 술맛 좋으네. 역시 여자가 따라주는 술이 달짝지근 한게벼. 남자들끼리 방구냄새나 맡으면서 먹을땐 씁쓰리~ 하더니만.....으허허허허"
"근데 저기요, 아까 훈이오빠가 사먹었다는 약이란게 뭐에요?"
"아... 그거 러미나 라고 .... 서른알쯤 먹으면 사람이 살짝 맛이가면서 천당을 오락가락 하는 약이 있어요."
"러미나....요?"
"옛날에는 약국에서 팔았는데 요새는 구하기 힘들어서 우리가 약장사를 해요. 아가씨도 좀 줄까?"
"안돼요, 선배. 갠 아무것도 모르는 애에요. 절대로 주면 안돼요."
"알었다, 았알어. 아~따 훈이짜식 애인 더럽게 아껴주네.... 자 술이나 부어봐요."
간단하게 소주두병만 먹고 자려던 계획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불청객들 때문에 밤늦도록 이어졌어요.
사내들중 하나가 집앞 가게에서 소주를 더 사오더니 작은방 가운데 신문지를 깔고 술판을 벌여놓고 말았습니다.
"자... 복자씨 노래한곡 불러주고.... 하나, 둘, 셋"
"저기요, 노래부르면 주인아줌마 달려오시거든요."
"아~씨바, 걱정말고 불러봐요. 인생살이 살다보면 한곡 불러줄때도 있지~"
"....."
"하나, 둘, 셋"
".....나 항상 그대를 보고파 하는데..... "
신나는 트롯트를 따라부를려고 대기하던 남자들의 얼굴이 암울해지더군요.
"크... 섭섭스런 노래를 골랐구만, 어~흐"
" ....오늘도 빛바랜 낡은 사진속에 그대 모습 그리워 하네 나 항상 그대를 그리워 하는데 그대는 어디로 떠났나 다정한 그모습 눈물로 여울져 그대여 내게 돌아와요 돌아와 그대 내게 돌아와 나 온통 그대 생각뿐이야 불같은 나의 사랑 피할 수 없어 그대여 내게~~~~음 돌아와요...."
사내들이 귓속말을 하더니만 속주머니에서 상표도 없는 하얀 약통을 꺼내서 손아귀에다가 한옴쿰씩 붓는 것을 보고 저는 노래를 멈추었습니다.
"훈아 손 이리줘봐."
훈이오빠는 망설였습니다. 두렵고 떨리는 눈빛이 하얀 알약에 머물렀고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손을 내밀고야 말았습니다.
사내들은 자기들 손에 가진것보다 더 많은 양의 알약을 오빠의 손바닥에 부어 주더군요.
"오빠, 그거 받지 마."
제가 애원을 했지만 애원은 그저 애원일 뿐이었고 알약은 대여섯알씩 나누어 물그릇에 떠온 물과 함께 들이키고 있었습니다.
그저 순식간에 전 말려보지도 못하고 쳐다보는 사이에 알약들은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한동안 말없이 몸속에서 천국의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남자들은 눈을 감고 벽에 기대앉아서 줄담배를 피워 댔었지요.
전 무섭고 떨려서 말한마디 건네보지 못했습니다. 마치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남자들을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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